0. 회고에 앞서
정말 정신없이 다섯 달이 지나갔습니다. 작년에도 시간이 빠르다고 생각했었는데, 지금은 그것보다 빠르다는 생각이 들어서 흘러가듯이 지나가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2025년 반기의 막바지를 보내면서 5개월간 어떤 일들과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얻은 점들을 한꺼번에 정리하고 싶었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지난 5개월을 돌아보면 정말 한순간의 쉴 틈 없이 살았다고 생각이 듭니다. 물론 커리어적인 성장도 있었지만 인간적인 성장도 정말 많이 하지 않았을까 예상해 봅니다.
1. 5개월간 잘한 점
1.1 시간 촘촘하게 쓰기
2024년 회고하면서 세웠던 목표인데 생각보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 나는 퇴근 이후 여유시간을 커리어와 관련 없는 자기계발 시간으로도 사용하고 있다. 그래서 커리어 관련 자기계발 시간이 줄어들었지만 성장은 하고 싶었기에 출퇴근 시간을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인프런에서 구매했던 강의 2개를 들었다. 그중 하나는 스프링 관련 강의였는데, Grafana, Prometheus, Spring Actuator 학습을 했고, 하나씩 이를 실무에 적용했다. 이때 모르는 점이 더 많고 공부해야 할 것들이 많아 보여서 부담감이 느껴졌는데, 시야가 더 넓어진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뿌듯했다. 막막했던 시기에 나에게 동기부여를 해주었고, 다시 열심히 달리고 있다.
또한 기술적인 부분도 좋지만 현재 코드 작성면에서 역량을 조금 키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리팩터링 관련 강의를 조금 듣고 있다. 물론 기술적으로 공부하고 싶은 내용들이 계속 생겨나서 금방 기술 공부로 돌아갈 거 같긴 하다.
1.2 루틴 만들기
앞에 시간 촘촘하게 쓰기랑 밀접한 관계가 있다. 올해 들어 9시 30분 이후로 출근한 적이 거의 손에 꼽는다. 있다면 아프거나 금방이라도 쓰러질 거 같이 피곤했던 날이었는데 이 조차도 다섯 손가락에 들지 않을까. 그러다 보니 출근 시간을 거의 고정시켜서 식사, 운동, 학습, 집 정리 등등 시간을 분배해서 하루를 밀도 있게 살 수 있었다. 약속이 없을 때 루틴을 한번 적어보자면
AM 8:10 ~ PM 7:00 출근 준비부터 시작해서 집 도착
PM 7:00 ~ PM 7:45 저녁 준비 및 식사
PM 8:00 ~ PM 9:30 운동
PM 9:30 ~ PM 10:15 집 정리 및 샤워, 이후 12시까지 자기계발을 한다.
이렇게 루틴을 지켜야 2시간 정도 텀을 만들 수 있고 1시간 반 정도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루틴도 루틴이지만 출근 시간을 9시로 유지하는 게 하루를 더 길게 살 수 있었기에 10시 출근과의 밀도가 다를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내가 10시에 출근하고 1시간 더 늦게 자라고 하면 잠을 참으면서 그러고 싶지 않기에 이게 더 나에게 맞는 루틴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1.3 꾸준히 이력 정리하기
회사 입사 후 개발하고 기여했던 점들을 쭉 노션에 타임라인으로 정리해 보았다. 2024년 5~6월까지는 서비스 신규 기능 개발 및 외부 프로젝트 개발에 힘썼고, 이후에는 기능 개발 및 개선 그리고 기술 부채 해결 7:3으로 업무를 진행했다.
요약하면 6월까지는 도메인을 더 이해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이후는 도메인 지식과 아키텍처를 알고 있으니 개선시켜야 나가야 할 점들이 보여 주도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 6월 즈음에 내가 개발했던 내용을 한번 둘러봤었는데 그때는 딱히 이력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때 스스로를 돌아보지 않고, 주도적으로 일을 하지 않았더라면 더 높은 퍼포먼스를 보여주지 못했을 거라고 예상이 된다.
반년에 한번 일하면서 기여한 점들을 정리하고 조금 더 보완하거나 도전해보고 싶은 일들을 써보면 회사나 스스로에게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해서 꾸준히 해보면 좋겠다고 느꼈다. 물론 내가 이렇게 기여할 수 있게 환경을 제공해 준 팀원들에게 감사하다.
2. 부족했던 점
요즘 크게 나에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내용이 있는데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공유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 책임감이 강하고 다른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근데 책임감이 강하다는 것과 공유하지 않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다른 사람들에게 내 생각을 공유해야 그 사람들도 나를 이해할 수 있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비단 회사뿐만이 아니라 인간관계에서도 적용되었다. 누군가는 굳이 그렇게 공유할 필요 있냐라고 말할 수 있지만, 공유하는 것들이 하나씩 쌓여가면서 서로 간에 오해가 아닌 신뢰를 더 쌓을 수 있다고 생각해서 스스로 바뀌어나가야겠다고 다짐했다.
내가 이런 성향이었던 이유는 스스로 생각했던 것도 있지만 주위 환경의 영향도 컸다고 생각한다. 항상 남에게 폐를 끼치는 것은 정말 인간이라면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고 생각했고, 당연하게 나는 내 일이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기 어려웠던 거 같다. 솔직하게 모든 것을 털어놓겠다는 얘기는 아니고 스스로 느끼고 있는 감정과 상황들을 상대방과 공유하는 습관을 가지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야 나도 상대방도 모두 마음 고생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3. 인사이트 정리하기
요즘 개발 이외의 얘기를 좀 많이 하고 있는데 생각보다 흥미롭다. 그래서 나도 문득 깨달은 점들이나 얘기하면서 인상 깊었던 내용을 한번 정리해보고 싶었다.
3.1 불필요한 것은 없다
기업에서 인적성, 코테 이런 거 왜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좀 많았다. 사람을 만나서 그 사람을 판별하고, 코딩 테스트는 잘 못하더라도 다른 기술적인 면에서 좀 더 잘하는 것들을 면접관들이 판별하면 안 되나? 이런 생각도 있었다. 물론 자원이 무한정으로 있다면 그런 방식이 좋을 순 있다. 다만 기업입장에서 최소한의 기준을 정해놓고 이 선을 못 넘으면 빠르게 걸러내는 것이 더 이득이고 이러한 것들을 잘하는 사람이 면접이나 이후에도 잘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나도 회피하지 않고 주어진 상황에 부딪혀서 이겨내는 능력을 만들어내 가는 것이 필요해 보였다.
3.2 충분한 여유
최근에 강원도 묵호 여행을 잠시 했었는데, 북카페를 들려서 사람을 남기는 사람이라는 도서를 읽었다.
자기 삶에 대한 부드러운 감각과 다정함을 잃는다면, 자기가 온전히 사랑할 수 있는 사람과 시간과 자기 자신을 잃는다면, 자기 자신에게 가장 손해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므로 스스로에게 정직해야 하고, 스스로의 책임을 끌어안을 줄 알아야 한다. 그렇게 어른이 되지 못하면 결국 그 화살은 자기 자신에게 돌아온다.
위 구절을 읽고 최근에 여유가 없어지고 인내심도 예전에 비해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게 생각이 났다. 나를 다시 돌아보고 내가 지켜야 할 것들을 지켜내기로 마음먹었다. 이 효과가 나를 다시 단단하게 만들 수 있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3.3 적당한 결핍 찾기
결핍이란 단어는 나에게 인간의 욕심을 끝없게 만드는 하나의 단어로 인식되어 왔다. 하지만 최근에 결핍과 대역폭에 대한 얘기를 한번 나누다 보니 그렇게 부정적이 게만 만드는 요소는 아닌 거 같았다.
예를 들어 100만 원 상당의 물건을 가까운 상점 A는 99만 원에 판매하고 멀리 있는 B 상점에서 90만 원에 판매한다 했을 때 돈에 대한 결핍이 있는 사람들은 B 상점에 사는 것들을 택할 것이다.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돈에 대한 결핍으로 인해 행동에 제한이 생겼다는 의미도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해석을 기반으로 매번 나는 잘하고 있다는 생각보단 어느 정도 결핍을 두어 성공하여 내 대역폭에 제한을 조금이라도 줄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4. 이루고 싶은 것들
4.1 문제 해결 능력
이전에 모니터링 시스템을 다음과 같은 마음으로 구축했었다.
- 팀원들이 편하게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빠르게 문제들을 해결해 나갔으면 하는 바람
- 팀원들과 수치 기반 의사결정으로 서비스 개선 및 안정화
실제로 그렇게들 사용하시는 거 같아서 뿌듯함이 느껴졌고 더 많은 공부를 해서 기여하고 사람들에게 인정받고 싶었다. 그래서 나를 요즘 아슬아슬하게 몰아붙이고 있다. 매일매일 퇴근 후 지치긴 해도 성장한 모습을 보고 스스로 위로한다. 앞으로도 새로운 기술들을 경험하고 공유하여 긍정적인 시너지를 내고 싶다. 또한 회사일만 한다고 해서 다른 회사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더 공부를 해서 공유할 수 있을 만큼의 역량을 또 키워 더 큰 목표를 가지고 싶다.
4.2 일상 기록
돌아오고 싶지 않은 올해 만들기라는 문장을 봤을 때 나 또한 이게 모토이긴 한데, 아무래도 아쉬운 점이 있다. 이때는 이랬지 처럼 즐거운 경험들이 사이에 꼭 있었고 내가 어떤 점들이 성장했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찍기로 했다. 더 나아가서 나에 대한 기록도 많이 하고 싶다.
5. 마치며
이제는 단순히 시시콜콜한 얘기만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다. 현실적으로 사람이 바뀌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울해지긴 하지만, 그래도 가슴 설레는 일들을 마음속에 품고 이를 실천할 생각을 하니 즐겁다. 올해 연말은 또 내가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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